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나를 오리신고는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2016년 10월 30일 20시 38분  조회:3497  추천:0  작성자: 죽림
일곱 자의 천 /수샤오리엔(타이완) 




어머니는 천 일곱 자만 사가지고 돌아오셨다.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왜 내가 직접 사러가지 않았을까. 내가 말했다. "엄마 일곱 
자로는 부족해요, 여덟 자는 있어야 만들 수 있어요." 어머님이 말 
씀하셨다. "전에 만들 때는 일곱 자로도 충분했는데, 네가 그렇게 
컸단 말이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만 스스로 왜 
소해져가셨다. 
어머니는 옛 치수대로 천 위에 나를 하나 그리셨다. 그런 다음 
가위로 천천히 오려나가셨다. 나는 천천히 울었다. 아! 나를 오려 
나가셨다. 나를 오리신 다음, 다시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그러 
곤 나를 기워...사람이 되게 하셨다. 

*김태성 옮김 

ㅡ계간<<시평>>(2003. 겨울) 아시아 교과서 명시 중에서 

---------------------------------- 

타이완에서 산문시에 관해 언급하자면 수샤오리엔이란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산문시는 비교적 늦게 등장한 시가 유형으로 글쓰기의 체제가 산문과 현대시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술적인 위치 설정'에 있어서 항상 질의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와 관련하여 말이 막힐 때마다 산문시 시인들은 수샤오리엔의 산문시를 들어 상대방에게 시가의 체제와 시정신의 본질을 이해시키곤 했다. 이런 평가를 반증하듯 그녀의 시 <일곱 자의 천>은 타이완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최초의 산문시로 기록되었다. 

이 시에서 '어머니'는 일종의 전통을 대표하는 개념으로서 현실의 윤리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로 하여금 일곱 자의 천의 범위 안에서 살아감으로써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결국에는 '나'를 오려 사람이 되게 하긴 했지만 사실 이는 현실 속에서 이미 성장해버린 '내'가 아니라 여전히 어머니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인 것이다. 

150자도 채 안 되는 시문에서 독자들이 가장 먼저 해독해야 할 것은 '나'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삶에 대한 희망과 어머니의 따스함과 강경한 보호 사이에서의 선택으로서, 이는 부모 곁을 떠나려는 욕망과 계속 남고자 하는 미련 사이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크고 강한 모성애의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옛 치수대로 천 위에 나를 하나 그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다음 어머니가 고집스럽게 "가위로 천천히 오린" 다음 "침선으로 꿰매는" 것을 참아내야 한다. 마침내 어머니가 옷을 만드신 후에는 여전히 천이 모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러곤 나를 기워...사람이 되게 하신 것"은 쌍방이 직면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종의 어색함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강렬한 정서의 전환을 이처럼 짧은 편폭에 담아내는 것이 수샤오리엔의 필력이 갖는 오묘함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허구적' 정감의 변화를 '실제적' 동작묘사와 결합시켜 산문시가 갖는 산문적 서술특성을 이용하면서 그 안에서 시적 이미지의 도약을 주입함으로써 마치 높은 산봉우리를 빙빙 돌아서 올라가듯이 긴장으로 충만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시의 새로운 경지를 빚어내는 것이다. ㅡ'옌아이린'의 시평 중에서 요약함. 

서구의 문예사조에 편승한 우리의 현대시는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타이완 등 아시아의 현대시에는 무관심했거나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 빚어진 서구화의 부정적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시와 다소 장황하고 지루한 시의 평문을 소개하는 것은 그들의 정서와 (시의 밑그림이 되는) 시인의 원체험이 우리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수샤오리엔 : 타이완 여성 시인. 중국시보(中國時報) 문학상 시 부문, 연합보(聯合報) 시 부문 당선. 주요시집으로 <<망양집>>, <<강의 슬픔>>, <<동화유행>>, <<경심산문시>>, <<타이완의 시골아이들>> 등이 있다. 

*옌아이린 : 타이완 여성 시인. 주요시집으로 <<피육골>>, <<흑암온천>> 등이 있다.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283 [문단소식]- 중국조선족 두분 문인 駿馬를 타고 질풍하고... 2024-09-09 0 1666
2282 중국조선족시인 백진숙 篇 2024-09-09 0 1746
2281 중국조선족시인 리해룡 篇 2024-09-09 0 1670
2280 중국조선족시인 박성군 篇 2024-08-31 0 1509
2279 중국조선족시인 리선호 篇 2024-08-31 0 1566
2278 중국조선족시인 리수길 篇 2024-08-31 0 1635
2277 중국조선족시인 리선근 篇 2024-08-31 0 1455
2276 중국조선족시인 석화 篇 2024-08-31 0 1456
2275 중국조선족시인 김학송 篇 2024-08-31 0 1602
2274 중국조선족시인 김화숙 篇 2024-08-31 0 1702
2273 중국조선족시인 박춘월 篇 2024-08-31 0 1651
2272 중국조선족시인 최강 篇 2024-08-31 0 1543
2271 중국조선족시인 김승광 篇 2024-08-31 0 1577
2270 중국조선족시인 김국철 篇 2024-08-31 0 1679
2269 중국조선족시인 박정근 篇 2024-08-31 0 1682
2268 중국조선족시인 최화길 篇 2024-08-31 0 1634
2267 중국조선족시인 오정묵 篇 2024-08-31 0 1401
2266 중국조선족시인 심정호 篇 2024-08-31 0 1462
2265 중국조선족시인 신현철 篇 2024-08-31 0 1531
2264 중국조선족시인 리기춘 篇 2024-08-31 0 1466
2263 중국조선족시인 김동활 篇 2024-08-31 0 1458
2262 중국조선족시인 김상봉 篇 2024-08-31 0 1466
2261 중국조선족시인 허도남 篇 2024-08-31 0 1661
2260 중국조선족시인 리행복 篇 2024-08-31 0 1443
2259 중국조선족시인 전광국 篇 2024-08-31 0 1563
2258 중국조선족시인 신철호 篇 2024-08-31 0 1670
2257 중국조선족시인 리홍철 篇 2024-08-31 0 1555
2256 중국조선족시인 남철심 篇 2024-08-31 0 1692
2255 중국조선족시인 황정인 篇 2024-08-31 0 1486
2254 중국조선족시인 려순희 篇 2024-08-31 0 1472
2253 중국조선족시인 지영호 篇 2024-08-31 0 1429
2252 중국조선족시인 홍순범 篇 2024-08-31 0 1652
2251 중국조선족시인 박문봉 篇 2024-08-31 0 1485
2250 중국조선족시인 변창렬 篇 2024-08-31 0 1500
2249 중국조선족시인 신현산 篇 2024-08-31 0 1519
2248 중국조선족시인 박동춘 篇 2024-08-30 0 1464
2247 중국조선족시인 허동혁 篇 2024-08-30 0 1535
2246 중국조선족시인 신창수 篇 2024-08-30 0 1465
2245 중국조선족시인 남영전 篇 2024-08-29 0 1443
2244 중국조선족시인 김학천 篇 2024-08-29 0 1361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